코로나 19 바이러스 전염으로 국가적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충격과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의 대처법은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
국민이나 언론은 물론이고 한국을 넘어 이젠 외국에서도 큰 이슈가 되고
한국인을 입국 금지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염병은 의술로 극복하는 것이지만, 의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행정적 기술이다.
전염병이 확산되면, 인류와 병원균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다.
이렇게 집단과 집단이 충돌하는 전쟁에서는 개별 전투원의 화력보다 집단의 조직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전염병과의 전쟁에서는 의술 못지않게 행정적 시스템이 중요한 것이다.
14세기 유럽의 사례는 우리 정부를 비롯해 우리 시대의 모든 정부를 바짝 긴장시키고도 남는다.
왜냐하면, 14세기에 유럽 전역을 강타한 흑사병에 대한 유럽 지배 권력의 부적절한 대응이
피해를 확산하는 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행정적 대응을 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는데도, 그렇지 못해 사태를 증폭한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흑사병이 확산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사회 체제가 붕괴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았을 수 있는 전염병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유럽 역사를 바꾸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
국가 권력은 보이는 적군 못지않게 보이지 않는 병원균에 대해서도 항상 깨어 있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흑사병이 유럽에 남긴 교훈은 그런 것이었다.
'흑사병' 하면 대개 '중세 유럽'을 연상하게 된다.
이 전염병의 출발점이 1331년 몽골 제국 지배 하의 중국 대륙이라는 사실을 먼저 기억해야 한다.
중국은 예나 지금이나 전염병의 시발점이다.
1331년이면 고려가 몽골의 간섭을 받을 때였고 유럽 대륙 또한 몽골 제국의 군사 패권을 인정할 정도였고,
무역 질서 또한 몽골제국의 은 중심 질서에 참여하기도 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원과 유럽을 잇는 초원길과 비단길 그리고 바닷길까지 활성화되어 있었으니
흑사병이 번지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중국에서 발생한 흑사병은 중국 대륙의 인구도 크게 감소시켰지만,
그보다는 유럽 인구를 훨씬 더 크게 줄였다.
흑사병은 초원길이나 비단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따라 흑해 서부의 발칸반도를 거쳐 이탈리아를 경유해
유럽 전역에 퍼지면서 훨씬 더 큰 파괴력을 발휘했다.
당시 유럽은 위생 수준이 엉망인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열악한 위생 수준 외에 흑사병 피해를 증폭한 것은 유럽 지배 권력의 부적절한 대응이었다.
당시의 유럽은 흑사병과 전쟁을 벌일 만한 통일적 행정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당시 유럽에서는 중앙의 군주가 아니라 지방의 봉건 제후가 백성과 영토를 통치했다.
통일적이고 체계적인 정치·군사 권력이 존재할 수 없었다.
봉건 제후와 더불어 백성과 영토를 지배한 또 다른 주체는 종교 개혁 이전의 교회였다.
로마 교황청의 감독을 받는 교회가 봉건 제후와 더불어 유럽을 지배했던 것이다.
이 같은 봉건 제후와 교회는 농민의 생활과 산업 활동을 지배하면서,
이들로부터 세금도 거두고 기사도 모으며 권력을 유지했다.
봉건 제후와 교회가 지배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대륙 차원의 전염병에 맞설 만한 강력한 국가 권력이 부재했다.
통일적 행정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도시 간의 협조나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미숙했다.
특정 도시의 행정 시스템이 무너지면, 그 도시는 외부의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흑사병에 정복될 수밖에 없었다.
또 일부 도시에서는 주민의 모임이나 이동을 통제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놓고도, 특권층 인사가 대규모 행사를 벌일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해주는 모순을 범했다.
일례로, 이탈리아 중북부 도시인 피스토이아에서는 사람들이 장례식에 모이는 것을 금지해 놓고도
성직자·기사·법률가·의사 등이 장례식을 여는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해줬다.
이런 행정적 모순으로 흑사병은 한층 더 빠른 속도로 번졌다.
중세 유럽을 지배한 또 다른 권력은 교회였다.
하지만, 중세 교회의 조직 시스템은 흑사병 앞에서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흑사병이 극성을 부리던 시기에 교회 조직이 흑사병을 물리치겠다면서 대규모 종교 행사를 주관했다.
사람들을 분리해야 할 시점에서 사람들을 결집시킨 것이다.
심지어 참석하지 않은 사람들을 징계하기까지 했으니 그들의 무지에 할 말을 잃는다.
결국 더 많은 사람이 흑사병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전염병 대책이라는 관점에서는 비신앙적인 행위였고,
신앙심으로 전염병을 이겨보자 했던 성직자들의 무지가 결국 부정적인 기능을 수행한 결과가 되어
자신들이 몸담고 목숨바쳐 충성했던 교회를 무너뜨리게 되었다.
이렇게 정치 권력과 종교 권력 어느 쪽도 유럽을 흑사병에서 건질 만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래서 유럽은 이 미증유의 전염병 앞에서 인구의 3분의 2를 잃어야 했다.
우리는 이런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첫째 국가 권력은 과학적·이성적 접근보다 정치적 판단을 앞세우면 안된다.
중국인들을 당장에라도 입국 금지 시켜야 한다. 정치적인 유불리를 떠나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명이 달리 문제다.
이런 상황에 권력자들이 정치적 판단을 앞세운다는 것은 이미 국민 생명 보호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다.
의사협회의 몇 차례의 간곡한 건의를 묵살하는 것은
정치 권력자들이 이미 과학적, 이성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둘째,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정책을 주도하면서 사태를 악화시켜서는 안된다.
전염병에 대한 대책으로서 전문성을 말할 때 흑사병이 온 지구를 휘감을 때 상황을 반추하면 답이 나온다.
중세 당시 교회들의 대처를 보면 전염병이 죄악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임을 강조하며
교회에 모여 기도할 것을 촉구함으로 오히려 전염병 확산의 촉진제 역할을 했다.
이 시대 이 같은 우를 또 다시 범해서는 안된다.
가장 전문적이고 위생적인 대처법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이 상황을 하루라도 빨리 탈피할 수 있다.
교회의 예배 금지를 비신앙적으로 몰아가는 일부 종교인들의 태도는 이웃들을 죽이고 결국 자신들도 죽이고
더 나아가 교회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역사적 교훈에서 얻어야 한다.
작금의 상황은 신앙을 없애려고 국가 권력이 교회를 박해하는 상황이 아니다.
박해를 당한다고 생각하면 '예수 생명' 부르짖으며 목숨 걸고 지켜야 하는 것이 맞지만,
오히려 살리고자 하는 대책 차원에서의 임시조치로서의 집회 금지이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이 전염병을 차단시키고 슬기롭게 이겨내야 하는데
이것을 심각한 박해로 몰아 마치 순교라도 할 것처럼 교회 모임을 사수한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고, 그것만큼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를 신사참배 당시 상황과 연결시키는 것은 참으로 비신앙적이고 몰이해적이다.
셋째, 이 병의 원인을 찾기보다 책임을 묻기에 바빴다는 점도 특징이다.
중세시대엔 빠른 전염 속도와 높은 치사율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병인을 찾기 어렵자
그 연결고리를 책임질 희생양들을 찾아 나섰다.
비교적 개인위생이 철저해 흑사병 감염률이 낮았던 유태인이나 주거지가 없는 집시와 고아,
그 밖에 한센병 환자와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병원균 유포, 전염병 매개와 같은
무고한 혐의를 덧씌우고 마녀사냥으로 희생시켰다.
정치 권력자들도 신천지를 희생양 삼아 자신들의 무책임과 무능을 면피하고,
그 책임성을 여론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려는 얄팍한 수작을 부려서도 안된다.
눈에 다 보인다.
신천지는 그 폐쇄적인 특성상 자신들이 오히려 희생양인것처럼 거짓으로 포장하고 성화시켜
이 상황을 면피하려 하겠지만 그런 거짓 논리에 더더욱 속아서는 안되고 이번 기회에 그 실체가 반드시 드러나도록 해서 더 이상 성도들이 속는 일이 없도록하는 결과를 가져와야 된다.
거대한 폭력과 같이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파괴적인 힘으로 다가온다.
공동체 내의 갈등이 고조되고 위기감이 절정에 이르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인간 사회는 희생양을 찾게 된다.
프랑스의 현대철학자 조르주 아감벤은 이런 희생양된 인간을 호모 사케르(Homo Sacer)라 했다.
권력자들이 올바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호모사케르의 존재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일이다.
제대로 된 설정을 하지 못하면 중세시대처럼 권력은 결국 힘을 잃게 될 것이다.
'내가 죄인오' '내 탓이오'하면 살고 다른 희생양을 찾으면 망할것이다.
역사는 이런 시대를 평범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중세 흑사병의 창궐 시대에 결국 희생양이 된 것은
오히려 정치권력과 교회 권력이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기에 정치권력이나 교회나 이성적, 합리적,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전염병 차단에 오롯히 동참해야 하고
교회는 한 가지 더하여 선제적 대응법으로 ‘가장 위생적인 것이 가장 신앙적이다’ 는 것과
불안에 떠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으로 동참하여
이 어려운 사태를 조기에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중세 페스트와 코로나 19에 대한 단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