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인권의 보편적인 의미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분명해진다

인간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이 생각은 여러 방향과 개념으로 표현되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화두가 되는 대표적인 개념은 생명과 인격 그리고 인권입니다. 생명이 소중하다는 생각은 생명 존중으로, 자기 자신의 고유성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인격으로, 그리고 인간다움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인권으로 함축해서 표현됩니다. 그 이외에도 사람과 지역과 문화에 따라 다른 것을 나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하튼 그것이 무엇이든 이 세 가지를 대하면서 갑자기 이런 질문이 들었습니다. 왜 이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이 질문들을 하나씩 생각해보겠습니다만, 세 가지 가운데 특히 인권에 국한해보고자 합니다.

존 스토트는 인권의 주제를 세 가지, 곧 존엄성과 평등 그리고 책임으로 정리했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는 존엄성을 중심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질문을 다시 한 번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인간은 왜 인권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 것일까요? 국제적인 차원에서 인권 개념은 비교적 뒤늦게, 그것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나타났습니다. 1948년 유엔인권선언이 그것입니다. 물론 이미 오래 전부터 자연권이라는 개념으로 인간의 존중성은 고려되고 있었습니다. 1215년의 마그나 카르타, 1689년의 권리장전, 1776년의 미국독립선언문, 1789년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 그리고 1941년 루스벨트 대통령이 선언한 네 가지 필수적인 자유 등에서 나타나 있습니다. 그러나 보편적인 인권이 국제적인 의제로 등장한 것은 1948년 유엔 인권선언문입니다.

모든 것이 서로가 서로에 대한 반목과 갈등 그리고 전쟁을 겪으면서 채택된 문서들입니다. 비인간적인 현실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만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인권 의식은 인간다움의 침해를 경험한 사람들의 의식에서 비롯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 없지만 공적인 담론으로 등장한 배경을 보면 그렇습니다.

이것을 상황에만 연결시켜 이해하지 않고 더욱 근본적인 근거를 알기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철학적으로는 자연권 사상에서, 기독교 신학적으로는 창조 신앙에서 찾았습니다. 자연권 사상에서 인권의 근거를 본 사람들은, 인간은 상황이나 기능적인 가치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로 생각했습니다. 기독교 신학적으로는 하나님이 당신의 형상으로 인간을 만드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이기 때문에 소중하다는 것이죠.

질문이 여기서 멈출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렇질 못합니다. 왜 인간은 스스로를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요? 창조 신앙을 연대기적으로 이해하거나 혹은 단지 신앙고백일 뿐이라고 본다면 다소 엉뚱한 질문입니다. 그러나 분명 의미 있는 질문이고, 또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다면, 인간의 존엄성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이집트 신화와 바벨론 신화를 떠올리게 됩니다.

이집트 신화에서 ‘신의 형상’은 오직 왕에게만 적용된 말입니다. 이집트 왕은 신의 아들로 여겨졌고, 신의 형상이었습니다. 이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왕이 아닌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이해했다는 것은 대단히 놀라운 일입니다. 이것은 의도적인 신앙고백이었습니다. 여호와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왕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왕이 나라를 통치하듯, 땅을 다스리는 사명을 받은 것입니다. 왕의 입장에서 세상에 대한 책임을 갖고 살 것을 희망했습니다. 얼마나 놀라운 일이며, 얼마나 신나는 일입니까.

이것만이 아닙니다. 바벨론 신화에서 인간은 신을 섬기기 위해, 그러니까 신들의 노예가 필요했기 때문에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신화의 내용을 알고 있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호와 신앙을 바탕으로 달리 생각했습니다. 노예로 살아본 역사를 갖고 있고, 하나님은 그곳으로부터 자신들을 해방시켰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던 그들은 노예라는 말이 주는 느낌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인간의 창조 역시 하나님을 찬양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노예로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선택한 백성으로 생각했습니다. 자유를 가진 백성으로서 하나님을 섬기며 찬양하기 위한 존재로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자신들을 인도하시고 보호하신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볼 때 바벨론 신화와 구분되는 다른 정체성을 의도적으로 생각한 결과입니다.

바로 이런 맥락을 생각해볼 때, 그들이 인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다시 말해서, 그들은 왜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졌다는 고백을 하게 되었을까요?,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일차적인 관심은 노예가 아닌 하나님의 보호를 받는 백성이며 또한 자유인이라는 정체성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특별히 부여받은 사명에 있었습니다. 자연을 다스리고 관리하라는 청지기 사명입니다.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에 있었습니다. 동물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숨을 쉬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에게 특별히 하나님의 숨을 불어 넣어주셨습니다. 생명은 동물과 공유되는 부분이 있지만, 인간에게만 고유한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특별한 관심의 표현입니다. 그래서 이 생명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인간에 의해 빼앗겨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선택받은 자이며 사명을 받은 자 그리고 하나님의 영을 담고 있는 생명, 이 세 가지는 인간이 다른 피조물과 구분되어 존중받아야 할 분명한 이유였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특별하게 선택을 받은 것과 하나님을 세상 가운데 나타내야 할 사명을 갖고 있고 그리고 하나님의 영이 머무시는 생명으로서 살아가는 존재로서 정체성을 갖고 있었고, 이것을 소중하게 생각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스스로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돌아볼 때,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졌다는 고백을 하게 만든 이유입니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생각이 좀 더 분명해졌습니다. 더 나아가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식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세상 가운데 드러났습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전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인권의 보편적인 의미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이슬람 종교와 유대교가 보편적인 인권에 동의하기 힘든 이유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 계신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임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인간이 영적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된다는 것, 바로 이것을 받아들일 때, 인권은 보편적인 가치로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